피, 땀, 픽셀 - 게임을 깍는 청년(?)
어떤 여성분의 고민 상담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나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게 될 것 같아.
급여도 꽤나 괜찮은 곳이야.
그러니까, 솔직히 나는 진짜 앞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근데 문제는 내 남자친구야.
지금 같이 산 지 벌써 5년 넘었거든?
응, 맞아. 동거했어.
그런데 이 사람, 5년 전에 진짜 한 번 면접 보고 떨어진 다음부터는
이력서를 쓸 생각 자체를 안 해.
그냥 아예 안 해.
그 이후로 집에서 게임 개발만 계속하고 있어.
이제 5년째야.
나도 게임 좋아하고 물론 본인이 좋아하는 거 하는 건 좋은데…
현실적으로 봐봐. 몇 년 전에 월세 밀려서 진짜 집 쫓겨날 뻔했을 때 있잖아.
그때는 그래도 지가 눈치가 보이는지 극장에서 팝콘 튀기는 알바를 하더라고
근데 그 알바 빼면 지금까지 땡전 한 푼 벌어온 적이 없어.
나도 이제 점점 지치거든.
이 관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 걸까?"
만약 여러분이라면 이 여자 분의 고민에 어떤 답을 해 드릴건가요?
피, 땀, 픽셀
이 책은 게임이 개발되는 과정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게임 디렉터와 개발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 중에 발생한 일화를 담고 있죠.
개발자에게 필수인 크런치 타임(야근과 특근),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일정,
투자자의 어깃장과 출시 직전까지 쏟아지는 온갖 버그 등등
게임을 하는 건 재미있지만 게임을 만든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인지
여러분이 개발자가 아니여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일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다름 아닌 바로 '스타듀벨리'를 개발한 에릭 바론의 이야기입니다.
‘스타듀밸리’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로 내려가 집을 꾸미고 농장을 일구며 살아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프로그래밍, 그래픽, 시나리오, 음악 등
게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개발자 1명이 혼자 모두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발을 진행할수록 개발자는 욕심이 생겼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그래픽과 음악을 바꾸고 이런 과정이 반복 되었습니다.
마치 터미널에서 방망이를 깎고 또 깎았다는 노인처럼 말이죠.
덕분에 1년을 예상했던 개발 기간은
어느새 1년을 넘어 무려 5년까지 이르게 됩니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개발자가 게임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건
옆에서 묵묵히 내조해 준 그의 여자친구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그냥 아내겠죠?)
전적으로 남자친구를 굳게 믿었던 그녀는
혼자 집세와 생활비, 본인의 학비까지 벌면서
남자친구의 게임 개발을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묵묵한 내조 덕분에
전 세계적을 사랑받는 명작 스타듀벨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ot7uXNQskhs
이 게임 재미있냐구요?
그래픽이 너무 옛스러워서 노잼일 것 같다구요?
취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추천을 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스팀에 올라온 유저 분의 평가 하나를 올려 봅니다.
빨간색 줄이 쳐진 숫자는 평가를 작성한 분이 실제로 게임을 한 시간(플레이타임)입니다.
아..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위의 여성분의 고민 상담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해 주셨나요?
혹시
"그냥 헤어져!"
라고 하신 조언해 주신 분들이 계신가요?
실제로 에릭의 여자친구는 저런 고민 따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알게 됩니다.
자~ 5년 동안 집 구석에 쳐박혀서
땡전 한푼 못 벌었던
그녀의 남자친구 '에릭 바론'을 소개합니다...
스타듀벨리가 천만카피가 넘게 팔려서
이제 에릭 바론은 백만장자라고 하네요.
심지어 지금도 계속 팔리고 있답니다. ^^;
젠장.. 에릭 넌 그렇게 다 가져야 속이 후련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