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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여자 꺼와 남자 꺼 본문

아내가 퇴근 중인 남편에게 전화해서 심부름 부탁을 했다.
아내 : 집에 올때 우유 하나 사고 바나나 있으면 3개 사와
남자는 우유 3개를 들고 집에 왔다.
아내 : 우유를 왜 3개나 샀어?
남편 : 바나나가 있던데, 바나나 있으면 3개 사라며...
위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떠돌던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하는 개그입니다.
예시가 극단적이긴 하나
실제로 위와 비슷한 상황이 남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에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여자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남자는 지시와 조건을 이행하려고 한다.'
대화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여자는 '우유 하나 사고, 바나나 있으면 (바나나) 3개 사와' 라고 말한 것이고
남자는 지시와 조건에 따라 우유를 3개를 산 것입니다.
생략된 '바나나'라는 목적어를
보통 이하의 남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합니다.
그나마, 여자어(?)에 익숙한 남자 정도 되어야
'바나나를 3개?'라고 물어 보며 이런 참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태도에 대하여
이 책은 임경선 작가의 수필집입니다.
얼마 전 '짜장 먹고 싶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저의 블친이신 난짬뽕 님의 포스팅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상평 속에 인상적인 문장들이 참 많이 보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제목 그대로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태도의 의미를 풀어냅니다.
글을 읽는 동안 작가님의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성격이 느껴졌습니다.
털털하면서도 정의롭고 강직하고 우직한 장수 같은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하신 분이
남편과의 가사 분담에서는 매우 힘들어 하시는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 그리고 해탈하는 내용을 여기에 발췌해 봅니다.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마님의 분부만 기다리겠다는 머슴 같은 대사가 그다지 기쁘지가 않다.
그 말의 행간에 스스로가 가사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음이 드러난다.
주도권이나 자발성, 책임을 갖지 않겠다는 얄미운 선언처럼 들린다.
그러니깐 자신은 어디까지나 '협조적인' 비관련자의 입장으로 남고 싶다는 거?
...
한 가지 오해를 풀었던 것은 그들이 '일부러'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내 남편 포함 많은 남자들은 '몰라서' 먼저 하지 않거나 '해야 된다'는
의식 자체가 자동으로 탑재 되어 있지 않았다.
...
매번 일을 하나 하나 시켜야 한다.
처음엔 행동이 꿈뜨기 때문에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
하겠다고 해놓고선 잊어버리기도 하니, 속에서 열불이 터져도 화내지 말고
다시 무엇을 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남편에 대한 사랑이 애뜻하신지
부군과의 가사 분담을 칼같이 나누지는 않으신 거 같습니다.
평등의 모습이 항상 5대 5일 필요는 없다.
어떨 때는 1대 9일수도, 3대 7일 수도, 6대 4일 수도, 8대 2일 수도 있다.
그가 일로 늦으면 내가 집안일을 하면 되고
내가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 그가 아이를 챙겨 먹이면 되었다.
이 문장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태도로 느껴졌습니다.
위의 내용은 '관대함'을 다루는 챕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테마가 '관대함'이니 남자의 입장에서
작가님에게 남자만의 특성에 대해 말씀을 하나 드리자면
남자가 주방이나 가사일을 완전히 맡게 되는 순간
그 공간은 더 이상 공동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영역으로 바뀌게 됩니다.
"오히려 좋아. 남자가 알아서 하면 나는 좋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가사를 전담하면 그것만큼 여자에게 재앙이 없습니다.
남자는 스스로 주도하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면 질서를 따르는 쪽을 선택합니다.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이 말은 주인의식이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평화 협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공간을 남자가 완전히 맡거나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이야기는 180도로 달라집니다.
물론, 아내가 전담할 때보다 주방과 가사일이 훨씬 좋아질 거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남자마다 다를 테니깐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곳은 이제 남자가 '자기 방식대로 지배하는 영역'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내도 내 규칙을 지켜고 따르는 자가 되어야 하구요.
이렇게 되면 훨씬 골치가 아파지실 겁니다.
남자는 정해진 규칙이 생기면 그 규칙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상대가 아내이든, 가족이든 예외도 없습니다.
그 결과, 사소한 변화 하나에도 논쟁이 생기고
결국 끝나지 않는 부부 간의 ‘백분토론’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왜 후라이팬을 여기 뒀어? 내가 사이즈별로 정리해놨잖아!!!"
"치약을 뚜껑이 아래로 향하게 두라고. 그래야 다음에 짜기 편해다고!!!"
"분리수거는 기준이 있는 거야. 이건 쓰레기라고!!!"
규칙은 남자마다 다르겠지만
그 집요함과 기준의 엄격함의 강도는 비슷할 겁니다.
날카롭지는 않은데 묵직하고 단단해서
여자의 이성이나 감성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답답함만 남아 있는 남자만의 날 것이랄까...
어쩌면 이런 이유로
예전부터 "남자는 주방에 들이지 말라"는 말이 생겨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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