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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 혐오와 이해의 중간에서

스푸♡ 2026. 4. 25. 13:00

 
아주 예전에 TV에서 우연히 영화 광고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김고은 배우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잘생긴 남자 배우가 등장했고
두 사람이 얼굴을 가까이 맞댄 채 서로의 손의 엄지와 손등 사이에 놓인 소금을 핥으며
데킬라를 마시는 장면이 유난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오, 이건 꼭 한번 봐야겠다.'
그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남사친, 여사친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의 영화나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막상 마음만 먹었을 뿐 그 영화는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밀리의 서재 추천 목록에서
예전에 TV 광고로 봤던 바로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그래, 이거 예전에 영화 보려다 못 봤던 거잖아…"
그렇게 영화 대신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달달한 남녀 간의 연애소설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다룬 퀴어 소설이었습니다.
 
"영화 안 보길 잘했다."
초반부를 읽는 동안은 꽤나 불편함을 느끼며 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특히 성적인 묘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주 등장해 당혹스러웠습니다.
젊어서 그런가, 많이 자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작가의 문체가 꽤나 유쾌하고 흡입력이 있는 편이여서
몇몇 거북한 부분을 제외하면
소설 자체에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반부 이후로는 
소설 속 화자가 더 이상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정선 보면 어느 순간 '여자'처럼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통통한 남자를 귀엽게 생각하는 취향을 가진 여자 말입니다.
 
학생운동을 하던 중년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에피소드에서는
그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한 여자입니다.
이 사랑은 아닌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걸 주다가 또 후회하고
다시 또 기다리고 배신 당하는 불쌍한 여주인공이랄까
이러다가 또 야한 쪽으로 빠지면 다시 또 거북해지기는 했습니다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내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걸까?
아니면, 이건 내 본능이 성소수자를 거부하는 걸까?
저는 성소수자를 동정하지도 비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과 익숙하지 않은 낯설음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맞이할 때 느껴집니다.
머리로는 이해하려 해도 노력하지만
감정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딱 그 지점에서 저의 생각은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