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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의 겨울

스푸79 2024. 12. 5. 07:00

 
"2찍" 이라는 표현은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이다.
종북좌파 빨갱이보다
수구꼴통 친일파보다
나는 그 말을 더 싫어한다.
 
내가 2찍이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야! 너 윤석열이 뽑았냐?"
 
그러나, 나는 윤석열을 찍지 않았다.
경제 유투브 채널 삼프로TV에
윤석열이 출현해서 보여준
유치원생도 울고 갈 그의 해박한(?) 경제 지식에 나는 탄식을 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가뜩이나 답없는 한국 경제는 아예 아사리판이 되겠구나."
그래서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윤석열을 뽑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2찍"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번째, 2번을 찍은 분들은 그런 조롱 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인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했을 뿐이다.
투표는 개인의 선택이며,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떻든 결코 조롱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설사 그가 계엄령을 선포해서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해도
그런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잘못이지 그를 뽑은 국민은 결코 죄가 없다.
 
두번째, "2찍"이라는 말은 우리를 둘로 나눈다.
이 단어는 사람들을 편가르고 불필요한 적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왜 세상 사람들을 "윤석열을 뽑은 사람" 과 "안 뽑은 사람" 두 부류로 나누려고 하는가?
 
어떤 이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보수 지지자들이 '대깨문'이라는 말로 진보 지지자들을 비하했으니,
이번 정권에서는 '2찍'이라는 말로 복수하고 있는 것뿐이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이 어느 편에 서 있든
우리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서로 편을 갈라서 싸우고 비난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회의원들은 맨날 싸움만 한다고 욕하면서
정작 본인은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터넷 댓글과 채팅으로 싸우고 있는 건 아닌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당신이 보수지지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매도 되면 기분이 좋겠는가?
당신이 진보지자자라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로 몰린다면 기분이 좋겠는가?
 
만약 위의 질문에 한개라도 "아니"라고 대답했다면
부디 이런 표현들은 댓글이든 채팅이든 어디에서도 절대 쓰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진심으로 우리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이다.

엊그제 계엄령 선포된 후
실시간 국회의사당 현장 영상에
동시에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창을 보고 나서
이렇게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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