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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 뻔하지만 새겨야 할 삶의 충고 본문

작년 12월 말, 팀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팀장님은 팀원 전원에게 이 책을 선물로 나눠주셨습니다.
프로그래밍이나 프로젝트 관리처럼 회사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선물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팀장님이 팀원 모두에게 건네주신 책이니
나름대로 깊은 생각이 담겨 있지 않을까 믿고 열심히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 제목만 봐도 대략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은 자기계발서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동기부여가 목적이니 어느 정도 답이 정해진 교과서 같은 말을 해야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책 제목만으로도 전개가 어느 정도 그려집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단정적으로 말하고
그 이유와 근거로는 해외 어느 대학의 연구 결과나 논문을 들이밀며
유명 인사의 말이나 다른 책의 문장을 인용해 설득력을 보태는 방식.
너무나 익숙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억지로라도 읽게 된 이유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팀장님의 의중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주말마다 책을 펼쳤습니다.
뻔한 이야기 뿐입니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다 결국 호구가 된다.’
‘혼자만 참고 버티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남을 미워하기 전에 나부터 사랑하라.’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헤어지자"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한 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미 없는 만남을 억지로 이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후배에게
'내가 선배니까'라는 이유로
습관처럼 밥값을 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정치, 종교, 주식 같은
늘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기가 빨리면서도
동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리를 피하지 못하고 함께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결국 비슷합니다.
잘생긴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돈이 많든 적든
삶의 환경과 조건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야기가 흘러가는 큰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은
작가의 삶과 제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주제로 연구하고 실험하는 대학교수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 자체가 누구나 비슷한 고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큰 이슈가 발생해
팀장님께 유선으로 보고를 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 뒤
문득 읽고 있던 책이 떠올라 여쭤봤습니다.
"팀장님, 근데 왠일로 인간관계 책을 사주셨어요?"
"아, 그 책… 교보문고 갔더니 이게 1등이라고 써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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