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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감정의 두꺼비집 본문

어릴 적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여러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때는 유독 전기가 자주 끊겼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지잉—’ 하고 광선검을 휘두르는 듯한 소리가 집 안을 울리면
형광등이며 TV며 모든 전기가 한순간에 뚝 끊겨버리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옆집 형이나 아저씨 한 분이 마당으로 나와
기둥에 붙어 있는 초록색 박스를 열고는 뭔가를 만지작거리셨죠.
그러고 나면 다시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집 안의 불빛이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초록색 박스를 사람들은 ‘두꺼비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몬드
이 책의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 두려움, 즐거움, 슬픔... 그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날 윤재의 눈앞에서 끔찍한 사건 벌어집니다.
묻지 마 살인범의 범행이었고 피해자는 다름 아닌 그의 가족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엄마는 범인이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하지만 윤재는 그 잔인한 광경 보고도 아무 표정없이 그냥 바라만 보았습니다.
할머니 장례식장에서도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 앞에서도
윤재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남게 되었지만
그는 외롭다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의사가 말하길
윤재의 머리 속 편도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크기가 매우 작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윤재가 조금도 불쌍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러웠습니다.
-물론,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건 위로 받아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감정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모습이
저는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는 일을 하다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가 많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갑'이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고객을 만나거나
실력도 없으면서 잘난 척만 하는 협력업체 프리랜서와 일을 해야 할 때면
나이를 먹어도 이런 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여전히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너무 흔들려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소설 속 윤재처럼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문득, 어릴 적 집 마당 기둥에 걸려 있던 두꺼비집을
저의 머리 속 편도체에 연결해 놨다가
상대하기 싫은 사람들과 억지로 마주해야 할 때
잠시 내려두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그러면 윤재처럼 저도 감정 기복없이 그네들을 상대할 수 있을테니깐요.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또 들려오는 음주운전 사고 뉴스,
서로 비아냥거리고 헐뜯기 바쁜 정치 뉴스,
무심코 클릭하게 되는 연예인 가십들까지
나를 억지로 흥분시키고 분노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걸 보더라도 무심해질 수 있는
딱 그런 두꺼비 집 하나쯤
내 머리 속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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