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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79 기록 보관소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모여봐요 동물의 습지 본문

내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하면
본적 주소란 '산'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산'의 의미를 아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산은 산동네를 말한다.
그렇다. 나는 어릴 적 산동네 살았다.ㅋ
지금은 고급 아파트로 빼곡하게 매워진 금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내가 살던 당시 아파트는 커녕
나무 판잣집과 플라스틱 플레이트 지붕으로 된 집이 가득했다.
그 와중에 허름하고 낡았어도 지붕이 기와로 되어 있으면
그 동네에서는 꽤 잘 사는 집에 속했다.
우리 가족이 살 던 집은 기와로 된 지붕이었다
비록 세 들어 살고 있었지만...
여름철 장마비가 억수로 내리면
방으로 빗물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은 할머니가 대야를 가져와 빗물을 받아내시곤 했다.
산동네의 좋은 점은 비가 많이와도 물난리가 안 났다.
아랫동네는 비가 많이 오면 옷가지와 가구를 빼느랴 난리가 아니였다.
금호동은 경사가 매우 가파른 편이었다.
그래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눈이 오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은 집에 쓰고 남은 연탄재를 잘게 부수어서
사람들 미끄러지지 말라고 길에다 뿌렸다.
나와 친구들은 연탄재 때문에
가파른 빙판길에서 미끄럼을 제대로 못 탄다고 아쉬워했다.
산동네에서 가장 제일 최악인 것은
푸세식 화장실이었다.
똥지게꾼이 똥은 퍼서 나른다고
퍼세식 화장실이라고도 했다.
화장실에는 나무 판데기가 두 개만 덩그러니 있었고
거기에 쪼그려 앉아 볼 일을 봤다.
나무 사이로 다른 사람의 인분이 다 보였다.
어릴 적에는 나는 그게 더러운지도 모르고 잘만 살았다.
원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건 줄 알았다.
덕분에 군대 훈련소에 좌변기가 없어서
동기들이 곤욕을 치를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볼 일을 보며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좌식 변기 생활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 곳에서 볼일을 볼 자신이 없어졌다.
...
이 소설 주인공 카야는
산동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아니 평생을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녀가 사는 곳은 바로 습지
거의 야생에 가까운 환경이다.
나는 벌레와 악취는 어떻게든 버틸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습지의 화장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자신이 없다.
볼일을 보는 동안 얼마나 많은 벌레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엉덩이가 따끔거리는 그 고통을...
그녀의 일상은
도시와 떨어진 외진 곳에서 혼자 살며
조개를 따고 물고기를 잡고
채소를 키우면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이것만 들으면 유명한 닌텐도 힐링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이다.

하지만 배경이 숲이 아니라 습지가 되면
그때부터는 힐링게임이 아닌 생존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습지든 늪지든
화장실 변기만 좀 괜찮다면
힐링하면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잘 먹고 잘 싸(?)면
그게 행복 아닌가?
산동네든 달동네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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