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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도시 전설에 대하여 본문

혹시 스물다섯까지 연애를 못 하면 초능력을 얻는다는 얘기 들어 보셨나요?
모태솔로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이야기는
초능력자가 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마법사가 된다든지
무공이 생겨 경공을 펼친다든지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 각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연애 한 번 못 해본 대가로
정말로 그런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모태솔로로 25년간 사는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텨본 산증인(?)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스물다섯 생일이 지나도
초능력은커녕 별다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냥... 나이 한 살만 더 먹었을 뿐이었습니다.
어릴 적 신기(?)가 있다고 말하던 고등학교 친구 녀석이
저의 사주를 봐준 적이 있었습니다.
'야, 네 사주에는 여자가 아예 안 보인다.'
그때는 그 말을 그냥 웃으며 넘겼습니다.
재수하고 군대 다녀오고 편입 준비에 전공까지 바꾸며
정말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까짓 스물다섯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할 수도 있지 뭐...'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나한테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인간실격
이 소설은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에 실패하고
술과 마약에 빠져 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정신적인 결함을 감추기 위해 익살이라는 가면을 씁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밖에 안 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위기일발의 진땀 나는 서비스...
그저 두렵고 거북해서 그 어색함을 못 이긴 나머지
일찍부터 숙달된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저는 제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나한테 무슨 결함이 있는 게 아닐까?'
스물다섯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 해 봤다는 사실...
'연애 경험의 부재'가 마치 '나'라는 사람의 본질적인 결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모태솔로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그 도시전설의 진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본인의 대한 걱정과 염려를
유머와 익살로 감싸보려는
애처로운 농담이자 슬픈 자기 위안이었다는 걸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허무맹랑한 농담이
결코 슬프거나 애처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절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자기 긍정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야
이런 농담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도시 전설같은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어쩌면 25년이란 길고 긴 솔로 생활을 통해서야만
진정 얻을 수 있는 진짜 초능력은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저는 초능력(?)을 얻은 뒤로 다행히 연애를 할 수 있었습니다.ㅎㅎ
그리고 연애를 한번 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저한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말이죠.
저는 그냥 혼자 집에만 있을 걸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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