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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품은 세계 - 신박하다(?) 본문
혹시 '신박하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단어를 말할 때, 어휘와 어감에서 '새롭다 기발하다'라는 이런 느낌이 혹시 들지 않으신가요?
‘신박하다’는 표준어는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신조어로
새롭고 기발하다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엔 ‘캡쏭’, ‘캡짱’ 같은 이런 신조어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되었는데
보통 신조어는 특정 세대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대부분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신박하다’라는 말이 등장할 때만 해도
아주 극소수의 일부 사람들만 사용하는 희귀한(?) 단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를 뛰어넘고
점차 모든 연령층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신조어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아주 독특한 단어입니다.
그러면 '신박하다' 이 말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요?
왠지 신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신(新)에 손뼉 칠 박(拍)과 같은 한자어에서 유래한 거 같지 않으신가요?
놀랍게도 이 단어의 어원는
다름 아닌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WoW)')라는 게임입니다.
2000년 초반 출시한 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게임으로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MMORPG라는 장르의 게임입니다.
와우(Wow)에는 '투기장'이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투기장에서는 유저들이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로 서로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요.
보통은 상대방을 얼마나 빠르게 쓰러뜨리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에
공격력이 강한 마법사나 도적 같은 캐릭터들이 투기장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반면, 다른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성기사
성기사는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투기장에서는 꽤나 불리한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성기사는 다른 캐릭터가 가지고 있지 않는 장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힐(heal)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몇몇 성기사 유저들은 이 회복 능력을 중심으로 한 전투 방식을 고안해 냈고
그 결과 투기장에서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냅니다.
보통 투기장에서의 경기는 3~4분 내외로 짧게 끝나는 편인데
성기사는 힐 마법으로 꾸준히 체력을 회복하며
상대의 공격을 버텨내고 긴 싸움 끝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이런 전투 방식으로 투기장 유저들은
'성기사는 바퀴벌레처럼 안 죽는다'라는 뜻으로
'성바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기사의 특성 중 '신성'이라는 걸 선택하게 되면 힐 마법의 회복량이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생존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신성 성기사는 바퀴벌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퍼지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그 표현을 줄임말로 사용하다가
'신박'이라는 표현이 와우 유저 사이에서 널리 쓰이게 됩니다.
초기에는 '신박하다'의 뜻은 칭찬보다는 비하 의도가 훨씬 강했습니다.
게임 시간만 끌면서 죽지 않는 성기사의 전투 방식은 꽤나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비하 의도는 시간이 지나 점점 사라지게 되고
특이하고 새로운 전략이라는 칭찬의 뜻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와우의 투기장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새로운 전략이나 전술이 등장하게 되면
'신박하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박하다'라는 단어는
공영방송에서 우리말 소개 코너에 소개될 정도로
준 표준어급 단어로 정착된 단어가 되었습니다.
단어가 품은 세계
이 책에는 제가 지금 소개드린 '신박하다'는 나오질 않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내용으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문득 '신박'이라는 이 단어의 어원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정리해 봤습니다.
이 책에서는
황소, 고양이, 돼지, 양치질, 갈매기살, 양말 등등
이런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고 사용하는 단어의 원래 뜻을 알려주고
한 단어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지 알려줍니다.
이런 단어들의 변화하는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한편으로
새로운 단어의 등장부터 시작해
그 단어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까지
이 모든 걸 글자로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한글'이라는
우리 글자가 세삼 얼마나 대단한지 글자인지 다시 느끼게 됩니다.
세종대왕님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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