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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이 될 때 - 직업에 사명감 요구해야하는가? 본문

'오늘 야근해야 되나요?'
한 외주 개발자가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저는 근태 관리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장님이나 현장 대리인님께 확인해 보시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노동법 상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을 이하의 외주 인력에게 근태 관련 지시를 하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야근이 아니라 주말까지 나와야 일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고 싶은 걸 참았습니다.
외부 프로젝트 PM을 하게 되면
자사 인원으로 모든 포지션을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외주 업체의 인력을 고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외주 업체 인력들은 단발성 계약직이라
책임감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 개발자들은 개발은 뒷전이고 출퇴근 시간만 신경을 씁니다.
근무 중 담배 피우러 가는 시간은 또 어찌나 따박따박 챙기는지...참...
당장 본인이 개발한 화면에서 쏟아지는 오류 내용이
엑셀 문서의 한 시트에 가득한데 세상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사명감'이란 단어는 너무 원대한 것 같아 저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약간의 책임감'도 아닌
'아주아주아주 약간의 책임감' 정도라도 제발 좀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전공의 파업 이슈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현장대리인과 일정 관련해서 사무실에서 가볍게 논의를 하다가
'아주 약간의 책임감'도 기대하기 힘든 개발자 분이
동료들에게 파업 중인 전공의에 대해서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어쩌고 저쩌고
'사명감'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가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사명감이 필요하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ㅎ
얘기를 듣다가
'본인 업무에도 좀 사명감을 가지시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하려는 걸 겨우 꾹 참았습니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
...
이 책의 작가 폴 칼라니티는
레지던트 6년 차에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 제거 수술 받은 후에도 그는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랜 시간 수술실에 서서 메스 잡고 집도하려면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재활 훈련이 필수였습니다.
그는 수술 후 회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훈련을 버티며 의사로서 복귀하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거의 다다른 순간까지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한 구절을 발췌해 봅니다.
사람들이 종종 신경외과 일이 소명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 일을 직업으로 보면 안 된다.
만약 직업이라면 최악의 직업들 중 하나일 것이다.
몇몇 교수는 복직하겠다는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당연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라니? 내가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한 건 내게는 신성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
수술용 드릴을 다시 잡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다.
도덕적인 의무에는 무게가 있고 무게를 가진 것은 중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생사가 걸린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나를 다시 수술실로 끌어당겼다.
루시는 내 생각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의사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직업에는 어느 정도의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듯이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사명감의 무게는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무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사에게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높은 수준의 의무와 책임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아무나 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크게 증가시키는 방안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아무나 감당할 수 없는 '의사'라는 무게를 고려할 때
전체 숫자를 늘리면 그만큼 뛰어난 인재(?)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는 계산이겠죠.
어찌보면 단순한 발상이라, 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사 증원이 가져온 현실은 녹록해 보이질 않습니다.
의사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줄어 들 것이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에 비해 책임의 무게는 그대로인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
순수한 사명감만으로 힘든 고난의 길을 선택할 인재(?)가 얼마나 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낮은 확률을 높이려면
아예 2천명이 아니라 최소 만명 정도는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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