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79 기록 보관소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재치와 자학 사이에서 본문

끄적끄적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재치와 자학 사이에서

스푸79 2024. 10. 1. 07:00

 
흑인만이 할 수 있는 개그가 있다.
예를 들면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흑인이 컬러 사진을 찍었는데
그러면 그 사진은 컬러 사진이나 흑백 사진이냐?'
뭐 이런 식의 개그
 
위의 인종차별적인 드립은
미국 유명 스탠드 코디미언 크리스 록이 한 개그이다.
참고로 그는 흑인이다.
만약 위의 개그를
코난 오브라이언이나 지미 팰런과 같은 백인 개그맨이 했다면
인종 차별이라고 엄청난 비난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부색을 소재로 한 이 개그를
흑인인 크리스록 했기에 그냥 웃고 넘어갈 수가 있었다.
 
못생긴 사람은 못생긴 사람을
뚱뚱한 사람은 뚱뚱한 사람을
키작은 사람은 키작은 사람을
같은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서로 놀려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 같은 것이 있는걸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종의 본인의 치부를 건드리는 자학 개그에 대해서는
꽤나 관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로
특정한 패턴으로 써야하는 제법 빡빡한 시에 속한다.
 
마치 랩퍼들이 프리스타일 랩에도 운율을 맞춰 랩을 해야 하듯이
시를 쓸때 꽤 까다로운 규칙을 지켜야하는 시라고 한다.
이런 딱딱한 규칙 안에서도
평균 70세 이상의 노인 분들이 쓴 시는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당일치기로 가보고 싶구나 천국에'
 
'젋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깨닫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한편으로는 웃기면서도
생각해보면 서글픈 시들을
하나 하나 읽고 넘어가며
작가 분들의 나이를 확인해 본다.
 
일흔 한살
여든 살
일흔 다섯살
...
간간히 아흔살이 넘은 분들도 보인다.
 
왠지 저 나이가
먼 듯 멀지 않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저 나이가 되어도
시를 쓴 어르신들처럼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노인이 되야지..
이렇게 스스로 다짐하며
100페이지 조금 넘는 시집 한권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본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어 보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