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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속도가 아닌 마음이 필요할 때

스푸79 2024. 10. 2. 07:00

 
웜홀과 관련된 이론은
예전에 과학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블랙홀이 빨아들이는 공간이라면
화이트홀은 분출하는 공간으로
웜홀은 그 두 구멍을 연결해 주는 통로라는 가설이다.
마치 우주를 종이 접듯이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을 서로 겹쳐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크기는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도저히 그 규모를 측정할 수가 없다.
한 인간의 일생을 다 바친다고 해도
그 백만 분의 1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공간이다.
불과 몇 광년을 떨어진 행성을 탐사하고 싶어도
인간은 몇 세대를 희생해야
겨우 그곳에 도달할 수가 있다.
 
웜홀은 이런 무한한 우주 공간에
놓인 지름길과 같다.
웜홀을 통하면 몇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도
몇 시간 안에 도착할 수가 있다.
하지만 웜홀은 하나의 가설일 뿐
안타깝지만 우주에 실제 존재하는지는
아직은 관측된 적이 없다.
만약, 인류에게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린다면
그건 웜홀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웜홀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꽤 괜찮은 걸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웜홀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카카오톡, LiNE,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Facebook
이런 스마트폰 앱들은
웜홀이 우주 공간을 겹치게 하듯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을 쉽게 비틀어 준다.
 
아무리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원하면 얼마든지
몇 초내로
문자를 보내거나 사진을 보낼 수 있고
영상통화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도 나눌 수도 있다.
 
나는 카카오톡이나 LiNE이 없던 시절을
경험했지만 갑자기 그런 앱들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SNS앱이 비록
우주에 있는 웜홀만큼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주지는 못하지만
지구라는 이 행성에 사는 우리에게는
사실 지금의 속도면 충분하다.
 
SNS앱을 사용하다 보면
예전 알던 지인의 근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업로드된 사진이나 글을 보고
또는 바뀐 프로필 사진을 보고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충분히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통화도 할 수 있고 문자를 나눌 수도 있다.
좋아요나 하트를 눌러서 조심스레 안부를 묻거나
댓글이나 dm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간단한 터치 한 번이
마치 먼 우주에 다른 행성을 살고 있는 사람과
연락하는 것처럼 쉽게 잘 되질 않는다.
 
사실, 우리에게는 빛의 속도까지는 필요가 없다.
그보다 한참은 빠르지 않은 속도로도
얼마든지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에서
누구와도 충분히 쉽게 연락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왠지 잘 되지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외로운 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속도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