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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 감독이 세계관을 깍고 있다.

스푸79 2024. 10. 9. 00:00

 
나는 초능력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영화감독이 고충이 느껴진다.
잘만 만들면 속 시원한 액션 영화가 되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유치한 *특촬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울트라맨이나 후뢰쉬맨과 같은 특수한 촬영기법과 특수분장도구를 사용한 어린이용 영화를 말한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가 그랬던 것 같다.
계속 등장인물들이 쓸데없이 욕을 뱉어대서 몰입을 방해하는데
갑자기 초능력물이라니…
딱 유치한 특촬물과 초능력 액션활극 사이에서 영화는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휘청할때마다
주연을 맡았던 김다미를 비롯한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내공으로
영화는 외줄 타기에 성공했다.
나는 배우들이 박훈정 감독을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마녀 2'에서 감독은 외줄 타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디즈니+에서 '폭군' 티저 영상을 봤을 때
박훈정 감독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또 오글거리는 여자 중2병 초능력물인가?'
예전부터 박훈정 감독은 조치일관 미소녀를 앞세운
초능력 액션물을 추구해 왔다.
이전 작품이 중2병이 좀 세게 와서 보기가 힘들었을 뿐...
 
그래도 이제까지 제작한

미소녀 초능력 액션물 2편 중
한편은 성공, 한편은 대실패
확률은 50대 50이었다.
큰 마음먹고 디즈니+ 재구독하고 바로 정주행에 들어갔다.
 
박훈정감독은 전작과 달리 이제는 외줄 타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
중2병 걸린 미소녀에게

이중인격이라는 설정으로

그녀의 강함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전개상 불필요한 액션 연출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시청자의 상상의 몫으로 남겨두어

그녀의 강함을 더욱 더 증폭시켰다.

은퇴한 노련한 암살자 역에
차승원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그의 연기는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감독과 배우가

모두가 박자를 맞추며 다듬질하니 똑깍똑깍 좋은 소리가 났다.
총 4편 3시간 30분 좀 넘는 러닝타임이 1시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박훈정감독에게도 여유가 느껴졌다.
쿠키영상으로 다음 시즌을 위해 깎고 있는 세계관을 슬쩍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만들고 있는 영화는
여전히 중2병에 걸린 미소녀 초능력 액션물이지만

익숙한 세계관에
적절한 설정을 넣고 배우들이 열연을 더하니

더 이상 그의 연출을 보며

오글거리지가 않았다.

중2병 걸린 졸라쎈 미소녀가 납득이 됐다.

아니 설득 당했다고 해야 옳다.

성공과 실패로 다듬어진
박훈정감독의
초능력 세계관이 앞으로 계속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근데 이번에는 욕이 아니라 왜 담배에 킥이 오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