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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밀줄쫙, 돼지꼬리 땡땡 본문

요즘 학교 교과과정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국어와 문학은 수업이 나눠져 있었다.
국어, 수학, 과학에 비하면 문학은 그나마 들을 만한 수업 중 하나였다.
단, 시를 빼고 말이다.
소설이나 수필은 나름 괜찮았다. 재미있었다.
옛날 조선시대 시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시도 짧아 외우기가 어렵지도 않았고
국사 수업에서 달달 외웠던 그 시대 상황과 맞물려
시의 배경도 쉽게 파악이 되었다.
문제는 근대사로 들러오면서 등장한 시였다.
대부분 일제 식민지 치하에 어렵게 출판된 시가 많았기에
시 속에 꽁꽁 숨겨놓은 의미들이 많았다.
특히 문학에서 근대시 시험 출제 문제는 난이도가 높았다.
시를 쓴 작가의 개인적인 상황부터
시대적인 상황까지
문제의 예문으로 나오기에
별별 내용을 다 알고 기억해야 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근대시가 나오는 한 페이지마다
온통 밑줄쫙 돼지꼬리땡땡 별표로 도배되기 일쑤였다.
변별력을 위해 일부러 어렵게 가르친건지...
시에는 큰 감흥이 생기질 않았다.
무엇보다 어려웠다.
손여은배우님의 라이브 방송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걸 들었다.
'시가 술술 수필처럼 쉽게 읽혀요.'
이렇게 평해주셨다.
시가 쉽게 읽힌다라...
그 말이 아주 낯설었다.
그 낯설음이 궁금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다.
지난 번 읽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일본 센류를 제외하면
거의 20년만에 읽는 시집이었다.
그리고 몇 편만 읽었을 뿐인데
그녀의 말에 백프로 공감했다.
이토록 시가 쉽다니...
노동운동을 하다 3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시인의 삶
그런 뒷배경은 모르고 읽어도
시가 읽히고 이해가 되었다.
세상의 부조리와 빈부격차
젊음과 나이듦, 사랑, 슬픔...등등
굳이 밑줄쫙, 돼지꼬리땡땡 하지 않아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눈에 들어왔다.
시가 어려운게 아니라
시험이 어려웠던거다.
시가 싫었던게 아니라
시험이 싫었던거다.
마음에 드는 문구가 나오면
이제는 책이 아니라
내 마음에다가
밑줄쫙, 돼지꼬리땡땡한 다음
별표 두개 찍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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