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부모님의 훈육 아래에서 자란 그녀는 그 답답한 울타리를 탈출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토너와의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한다. 그리고 첫날밤부터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까지 모두 불행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무언가 조건을 붙이며 본인의 삶을 바꿔보려고 한다. '큰 집이 없어서 그래... 큰집을 산다면...' '우리에게 아이가 없어서 그래... 예쁜 아이를 가진다면...' 그래서 큰 빚을 지고 집을 사고 손도 잡기 싫어하던 남편과의 동침을 참아내며 임신하고 출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걸 깨닫자 그 모든 이유가 남편과 아이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삶을 괴롭히고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 사실 나도 그녀와 비슷하게 살았던 거 같다. 단지, 이디스처럼 남의 삶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지만 않았을 뿐
늘 조건을 달며, 뭔가 핑곗거리를 찾고 그것만 있다면 내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다.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더 좋은 회사를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가정을 하고 조건을 붙이면서 살아왔다. 그러다 올해 봄 4월 45년동안 묵혔던 번아웃이 크게 왔다. ... 번아웃이라기 보다는 달라진 것이 없는 나 자신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었던 거 같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늘 스스로에게 핑계만 되던 내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다.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탓하지 않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읽기 힘들때는 그 대신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봤다. 그리고 다 읽거나 보고 나면 감상평을 블로그에 올렸다.
주말에는 게임을 개발했다. 시간도 없고 몸도 힘들다고 그래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더 이상 탓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하니 주말에도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코딩을 할 수 있었다.
차츰 핑계 대신 하나둘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 하루하루가 뿌듯해졌다. 내가 달라진거 같아서 좋았다. 이제는 틈틈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체육관에 가서 권투를 배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핑계였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
누군가의 삶을 극적으로 확 바꾸는 그런 일은 인생에 없다.
'~한다면 나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가정법 과거를 사용하는 건 그저 자기 합리화를 위한 핑계일 뿐 이제 그런 표현은 영어 문제 풀 때나 쓰기로 했다.
그 대신 '~없어도 어떻게든 뭐라도 할 수 있겠지...' 라고 가정법 미래형으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