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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 머릿 속 생각 전달하기

스푸79 2024. 11. 5. 07:00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개봉할 당시
극장에서 관람객들은 극장의 상영기계가 망가진 줄 알고
자리를 뜨고 환불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무런 소리도 없이 어두운 화면만 무려 3분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은
이 무음과 흑막의 3분 동안
관람객들에게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전달하려고
했었다는 게 유력한 *영화계의 정설 중 하나다.

*니체의 영혼회귀라고 주장하는 평론도 있다. 사실 누가 맞는지 스탠리 큐브릭은 밝히지 않고 돌아가셨다.

 
cg가 없던 시절인데다
큐브릭의 머릿 속을 맴돌던
빅뱅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는 무음과 흑막으로 그것을 연출했다.
당연히 일반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빅뱅이라는 이론은 1968년 당시
매우 생소한 것이었고
영화 기술적 한계로 표현에도 제약이 따랐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는
스탠리큐브릭 본인도 꽤나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 초반부를 보다 깊은 잠에.빠졌다.)
 

 
위의 그림은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인'라는 작품이다.
처음 나는 이 그림을 봤을 때
중학생이 장난으로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리겠다고 생각했다.
피카소가 정말 뛰어난 화가가 맞을까?
그냥 이상하게 그림을 그려서 유명해진거 아닐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었다.
그가 14살 때 그린 그림을 보기 전까지...

피카소가 14살 때 그린 그림

 
피카소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일반적인 정물화로는
그의 그림에 만족할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든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우는 여인' 처럼
복합적인 시선이 들어간 추상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다.
아마 피카소 본인도 그의 생각을
그림으로서 타인에게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해 답답했을 것이다.
 
비단 그런 답답한 기분은
스탠리 큐브릭이나 피카소와 같은 천재들만 느끼는 고충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다.
머릿 속에서 뭔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그걸 말이나 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려고 할 때면
그 뭔가가 귀신같이 사라지곤 한다.
 
 '녹나무의 파수꾼' 은 바로
이런 내용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무엇인가를 전달 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어려움과 그 답답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분명 내 머릿 속은 무언가로 꽉 채워져서 있는데
그 느낌을 바로 글로 옮기려고
PC 앞에 앉아 몇 글자를 키보드로 치니
그 느낌이 휙~하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 블로그에 글을 빨리 올려야하는데...

머릿 속의 생각을 전달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