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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 자신을 믿는가?

스푸79 2024. 11. 9. 13:00

 
3년 간의 부산 생활 접고 서울로 올라온 후,
2015년 5월, 결국 나는 새 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팀장, 팀원 분들을 만나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다.
그때 워크그룹장님과 참 많은 대화를 나누고 술도 자주 마셨다.
어느 날, 그룹장님은 술자리에서
내게 새로운 투자 방법을 하나 추천해 주셨다.
'한 천만 원 정도만 해봐. 앞으로 괜찮을 거야.'
물론 나 말고도 같은 사무실 워크그룹 동료들에게도 투자방법을 추천해 주셨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나는 가용할만한 현금이 없었다.
어머니는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나서 회복 중이셨고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님이 막 귀촌을 하신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상금을 좀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판단을 했다.
 
그 후, 6개월 정도 지났는데
내가 일하는 그룹의 동료들이
업무 시간 내내 죄다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뭘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그룹장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들 이더리움 시세 확인하고 있는 거야.'
'지금 다들 적금 깨고 주식 빼고 난리도 아니네.'
 
6개월 전만 해도 10만 원 정도였던 이더리움이 50~6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룹장님은 다른 분들과 달리 업무 중에 시세를 보지 않으셨다.
 
'난 170만 원까지 간다고 봐. 거래 안 할 거니깐 안 봐도 되지. 뭐'
 ...
 
우리 사무실 동료들은 코인을 일찍 시작한 편이다.
그래도 진즉 30만 원 정도 가격대에서 팔고 나왔었다.

다들 대략 3배 정도 이익을 봤다.
문제는 가격이 다시 치솟자
코인을 새로 사서 들어갔는 점이다.
그 뒤로 다들 몇 달 동안 대부분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결국, TV에 코인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자 모두 코인을 접고 말았다.
TV에 나온 이상 앞으로 코인판은 끝이라고 했다.
다들 결산을 해 보니 손해는 안 봤지만
사고팔고를 반복한 터라 예상보다 이익은 크지 않았다.

수익이 엄청나게 크지가 않은 것일 뿐,

나 빼고 다들 잘 버셨다. ㅠㅠ

 

트러스트는 투자가에 대한 소설이다.

기업 수준의 돈이 아닌 국가 권력 급의 큰 돈을 번 투자가의 이야기다.

추리 소설 같은 이야기의 끝은

결국 모든 투자는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본인의 결정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판단을 의지하는 순간부터

투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코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와 동료들에게

코인의 세계를 열어주신 워크그룹장님은
그 뒤로도 팔지 않으셨다.
원래 목표 금액인 170만 원도 오래 전에 달성하셨지만
24년인 지금까지도 팔지 않고 가지고 계신다.
 
투자는 남이 아닌 본인 판단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필요하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p.s 내가 들어갔다면 코인판은 망했을 거라는 게 동료들 사이에 정설로 통하고 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