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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 달콤한 권력의 어항

스푸79 2024. 10. 30. 07:00

 
중국이 우리나라와 수교를 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한 시절
노총각이었던 회사 선배가 중국 출장을 다녀온 후
내게 해줬던 이야기가 있다.
 
회사 업무차 출장을 갔던 선배는
함께 간 동료와 중국에서 단란한(?) 곳을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수십명의 아가씨가 번호표를 달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그 중 한명을 골라 밤새도록 같이 술 마시면서 놀았다는 거였다.
그 당시 중국은 물가가 아주 싸서
이쁜 아가씨와 저렴하게 잘 놀았다고...
내게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났다.
 
이 영화가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그때 선배가 말해준 중국의 단란한(?) 곳과
아주 비슷한 설정을 가진 마사지숍이 나온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 리디아 타르는
사고로 어깨를 다쳐서
뭉친 어깨 근육을 풀러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소통의 문제로 조금 성격이 다른(?) 마사지숍을 방문한 것이었다.
 
'어항에서 고르세요.'
마사지숍의 안내자는
번호가 불리기 전에 대기하는 여자들이 있는 곳을 '어항'이라고 했다.
 
 
리디아 타르는
유명한 여성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다.
그녀는 그녀의 악단과 함께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음반 작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곡을 녹음하지 못하고
그녀는 지휘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녀는 지휘자라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다.
오케스트라 멤버를 실력보다는 본인의 성적 취향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선발된 멤버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참고로 리디아 타르는 여자다. 그리고 레즈비언이다.)
 
타르의 오케스트라 멤버였던 크리스티나는 타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저항했다.
그 결과 그녀는 오케스트라 멤버에서 해고되고 만다.
심지어 크리스티나는 다른 오케스트라에도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타르가 다른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그녀를 절대 뽑지 말라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음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크리스티나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타르는 그녀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악단의 오랜 전통도 무시한 채 새로운 희생양을 솔리스트로 만들어
그걸 명분으로
단 둘이 있는 시간을 갖으며 계속해서 기회를 엿본다.
 
오케스트라는 그녀의 '어항'이었던 것이다.
지휘자로서의 음악적 명성도 얻게 해주고
자신의 성욕도 채워줄 수 있는 '어항'

또 언제든지 원하는 사람을 골라서
채우고 버릴 수 있는
품격 있는 음악가들로 채워진 '어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비서의 폭로로
크리스티나의 자살의 원인을 제공하고
악단을 성노리개로 삼던
타르는 지휘자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
 
리디아 타르는 마사지숍에서 번호를 고르다가
자신이 사창가에 와 있다는 걸 깨닫고는 구토를 하고 만다.
 
저녁으로 먹은 베트남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았던 것일까?
아니면
권력의 단맛에서 취해 있다가 깨고 나니
오케스트라에서 번호표를 뽑듯
섹스 파트너를 고르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구역질 나는 일이었는지 알게 된 것일까?
 
베트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타르는
말러의 교향곡 대신
온라인 게임의 OST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도 다시 새로운 '어항'을 만들게 될까?
 
그 답은 온라인 게임의 나레이션이 대신 해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제 5함대 형제, 자매들이여
작별 인사는 짧게 하겠다.
원래 말주변이 없다.
우주선에 탑승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
이 다음 너희들의 발이 닿는 곳은
새로운 땅일 것이다.
혹시 두려운 자가 있다면
우주선에서 내려라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