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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쿵' 소리가 났을까?

스푸79 2024. 9. 2. 08:00

 

 
이 드라마가 매 회 시작할 때마다 시청자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 하나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

 
그 질문의 답은 뭘까? 생각해 본다.
 
만약 커다란 나무 주위로
수풀이 많았다면
쓰러지면서 쿵 소리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무가 쓰러지기 전 날
비가 아주 많이 와서 흙이 물렀다거나 질퍽했다면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더라도
쿵 소리는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쿵 소리는 크게 났지만 못 듣는 경우 말이다.
비가 많이 내려서 빗소리 묻힐 수도 있고
번개까지 치는 상황이었다면
못 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런데
그렇게 소리가 다른 것에 묻혀 버렸다면
과연 쿵 소리는 난 걸까 나지 않을 것일까?
 
생각해 보니 매 회 시작하는 순간
던진 질문에서 뭔가 놓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질문의 전제 조건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그렇다 아무도 없는 숲속이다.
나무를 쓰러뜨린 사람도
쓰러지는 소리를 들는 사람도 없는 숲 속이다.
쿵 소리가 나든 나지 않았든 
그에 대한 답은
양자역학에서 자주 묻는 질문인
슈뢰링거의 고양이의 생사를 묻는 것과 그 결이 비슷하다.
고양이는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았을 수도 있다.
둘 다 답이 될 수 있다.
 
 
김윤식은 (극 중:영하)
나무가 쓰러지며 쿵 소리가
났는지 안 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숲 속에 나무가 쓰러진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쿵소리가 났는지 안 났는지가 아니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lp판에 피가 묻어있다
그걸 알았다.
 
하지만 그는 쿵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쓰러진 나무를 보고도 외면했다.
 
우리는 자주
어떤 사건이 터질 때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주위에서 다른 답에서 찾는 척 할 때가 있다.
'쿵 하는 소리가 안 났으니 괜찮은거야'라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답은 바로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어떻게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지?
 
라고 궁금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