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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의 정원-기억하고 싶을까?

스푸79 2024. 8. 17. 08:00

 

 

인간의 뇌는 아주 복잡하다.

 

3나노 반도체를 만들 정도로 정밀한 기계를 뽑아 낼 수 있을만큼

우리의 기술이 발전했지만

아직 인간은 머릿 속에 뇌를 똑같이 만들 수가 없다.

아니 사람말고 쥐처럼 아주 작은 동물의 뇌도 비슷하게조차 만들 수가 없다.

 

그나마 최근 AI의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아주 비슷하게 생각하는 기술(알고리즘)을 개발했을 뿐이다.

 

그런데 뇌를 똑같이 만들 수 없지만

우리는 머릿 속의 뇌보다 훨씬 뛰어난 기억력과 빠른 계산 능력을 가진 칩을 만들수가 있다.

 

만약 우리의 뇌를

그런 칩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기억을 잘못하거나 계산이 틀려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

폴은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꿈에서 그의 아빠는 항상 나쁜 사람으로 등장하고

엄마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으로 나온다.

뚜렷하게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흐릿한 과거 기억으로 인해

폴은 아무 말을 못하는 벙어리로 성인이 되고 만다.

 

만약 폴의 뇌에 그런 칩이 이식되어 있었다면

벙어리가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인간의 뇌는

폴에게는 확실히 독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만약

인간의 뇌의 성능이 갑자기 좋아져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정확하고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리 선명한 기억력은 필요하지 않다.

너무 뚜렷한 기억은

폴과 반대로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이다.

 

어떤 이는 밤새도록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들이 떠올라

이불킥하느랴 잠 못 들지 않을까?

 

또 어떤이는

주위의 친구나 동료들에게

상처 받은 말 한마디, 사소한 실수까지

모두 기억하는 바람에

잘 지낼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와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나를

가끔 기억하고 있을까?

이렇게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기억력을 가진 뇌 속에

일부러

'나'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싶을까?